CHEONGDO WINE TUNNEL


시간을 담은 터널

이곳은 1905년에 개통된 경부선의 터널 중 하나다. 1937년에 선로가 이설되기까지 증기기관차가 무수히 지나다녔다.  터널 길이는1015m, 높이는 5.3m다. 이 터널이 눈에 띄게 아름다운 건 아치형 천장 덕분이다. 3겹으로 정교하게 쌓은 붉은 벽돌은 1904년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한 후 전리품으로 가져온 것이라 한다. 벽돌 표면에 간혹 보이는 검은색은 당시 증기기관차가 다닌 흔적들이다.


오랫동안 기차가 달리지 않은 터널을 정비하여 감와인을 숙성하는 와인터널로 개장한 것이 2006년이다. 터널 안은 사계절 내내 15~16℃의 온도와 60~70%의 습도가 유지된다. 와인이 가장 맛있게 익어간다는 온도와 습도다.


이곳의 와인 ‘감그린’은 세계 최초 감와인이다. 씨가 없기로 유명한 청도 반시로 만든다. 감에 맞는 특수효모를 찾기 위해 10여 년간의 노력 끝에 탄생되었다. 감은 포도보다 10배나 많은 타닌 성분을 가지고 있어서 술의 맛이 깊고 풍부하다. 깔끔하고 부드러우며 모든 음식과 잘 어울린다. 2005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만찬주로 등장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2008년과 2013년 대통령 취임식 건배주로 사용되며 맛과 품질을 인정받았다. 터널에서 숙성한 감식초와 감와인 마스크도 출시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어둑한 동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서늘한 공기가 몸을 감싼다. 음악 소리에 따라 안으로 걸음을 옮기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와인판매장이 보인다. 벽과 천장까지 와인병으로 채워놓은 이색 공간이다. 레귤러, 스페셜, 아트, 아이스 네 종류의 감그린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판매장 옆으로 바가 이어진다. 거꾸로 진열된 수많은 와인 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익숙한 솜씨로 와인을 따르는 직원들과 와인을 고르기 위해 행복한 고민 중인 여행객 사이에 향긋한 와인 향이 퍼진다. 와인 바 옆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늘어서 있고, 그 위로 골드 빛깔의 조명이 로맨틱하게 빛난다. 잔을 부딪치며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 얼굴에도 향긋한 미소가 번진다.


오크향 가득한 터널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청도와인터널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만난다. 커다란 잔과 와인을 따르듯 기울어진 병이 황금빛으로 빛난다. 그리고 거대한 오크통 행렬이 이어진다. 와인 종류와 용량이 적힌 이름표를 단 오크통에는 술이 익어가고 있다. 수백 개의 와인병이 쌓여 있는 케이지가 길게 이어지는 곳도 있다. 세월만큼 묵은 먼지를 뒤집어쓴 채 고요히 익어가는 와인병들을 배경으로 SBS 드라마 <떼루아>의 두 주인공이 포옹한 로맨틱한 장소다.


소원, 와인처럼 익어가다.

중간중간 재미있는 포토존과 형광으로 빛나는 그림들을 감상하다 보면 또 하나의 특별한 장소가 기다린다. 소원지 거리다. 수천수백만 장의 종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대학에 합격하게 해주세요’ ‘우리 가족 건강하게 해주세요’ 등 저마다의 소원들이 적혀 있다. ‘폰 사게 해주세요’라는 귀여운 글씨도 보인다. 천장에는 거대한 황금박쥐 조형물이 매달려 있다. 터널 개발 당시 수많은 박쥐가 살던 이곳이 이제는 박쥐 모양의 소원지들로 빼곡하다. 사람들의 무수한 소원과 꿈이 와인처럼 익어간다.